나는 한 음으로 노래한다 - Jun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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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or.2004.3.01.jpg\"조규찬. 그는 여간해서 웃지 않으며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눈에서 한 시도 시건을 떼지 않는다.
영어를 즐겨 쓰며 목소리는 항상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
무심한 척 던지는 농담 한 마디에 사람들은 쓰러진다.
뮤지션 조규찬. 이름 석자만으로 모든 게 설명된다.

토요일 오후 1시, 사무실로 들어선 조규찬의 모습에 피곤함이 역력하다. 뮤지션에게 오후 1시는 결코 편안한 시간이 아닐 터, 게다가 며칠 전 잘못된 운전 자세로 인한 오른쪽 다리의 간헐적인 통증을 힘들어했다. 그런데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이동하자 갑자기 조규찬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그 끝에 돈키가 있었다.




조규찬 (이하 조) | 진짜 물고기죠? 와, 신기하게 생겼다. 이름이 뭐예요?
김희선 (이하 김) | 열대어 \'베타\'예요. 그 녀석 이름은 \'돈키\'고요.
조 | 저도 작년부터 물고기 키우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어항을 하나 갖고 싶었는데 스무 살 넘으면서 그 꿈을 망각했죠. 그러다 작년에 생각난 김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제 방에 나 아닌 생명체가 하나 더 있다는 게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김 | 규찬 씨 사진 촬영을 위해 데려 온 건데 앞으로 제가 키우려고요. 저도 예전부터 물고기를 한 번 키우고 싶었거든요.

조규찬은 낚시광이다. 그래서 물고기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낚시를 좋아하는 조규찬과 낚시 잡지기자 출신 김 기자는 사진 촬영 내 낚시에 대한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주위 시선도 아랑곳 않고 이어진 둘의 대화는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옮기면서 잠시 일단락되었다.


DJ 조규찬, 감성의 욕조를 채우다.
김 | 규찬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CBS FM <꿈과 음악 사이에>이하<꿈음>)애청자에요. <조규찬의 팝스팝스>(KBS FM) 이후 거의 10년 만에 DJ 복귀인데 느낌이 어떠세요?
조 | 뭐랄까, 방송을 하면서 제 감성의 욕조가 많은 것들로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예요. <꿈음>은 여느 방송과 달리 DJ의 할 일이 제한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고맙고, 편안하죠. 또 기독교 방송이라 신앙차원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고요.
김 | <꿈음>의 꿈음지기가 되기까지 그 동안 라디오에서 러브콜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조 | 가끔 섭외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어요. 방송 진행자의 역할이라는 게 책임도 많이 따르고 그 만큼 중요한 자리라서 최소한 어느 정도 소양을 쌓을 때까지 시간을 갖고자 했어요. 지금도 성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 연수의 과정이라 생각하며 방송에 임하고 있죠.
김 | 프리랜설 할 수 있는 뮤지션에게 매일 밤(일요일 제외) 라디오 생방송은 조금 부담일 수 있을텐데, 실제로 어떠세요?
조 | 직장인도 아닌데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어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되긴 해요. 하지만 방송을 진행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으니 다행이죠. 방송에서 개그를 하고, 초대 연예인과 농담 따먹기나 하고, 많은 시간을 이야기로 할애해 정작 음악이 조금 나가는 식이면 \'방송 2시간 동안 내가 멀 했아\'싶을 거예요. 그런데 <꿈음>은 DJ에게 많은 걸 요구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일곱 번째 앨범
김 | 1년 6개월 여 만에 7집 앨범 를 발표하셨어요. 어떤 앨범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조 | \'Single Note\'의 의미는 \'한 음\'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끊임없이 한 음으로(혼자) 흘러가고 있어요. 인간은 본질적으로 혼자일 수 밖에 없거든요. 무미건조하고, 외로울 수 있는 혼자 가는 길에 다른 존재들(역시 혼자 가는)이 합쳐지며 하모니를 이루게 되죠. 반대로 그 화음을 가만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는 각자 살아가고 있다는 외로움이 있고요. 그런 걸 표현했어요.
김 | 앨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규찬 씨의 싱글 인생을 담은 줄 알았어요.
조 | 제 생각의 배설물이니 결국 제 얘기겠죠.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혼자라는 걸 느끼잖아요. 저도 예외는 아니고요. 그러니 제 이야기 일 수도 있다는 거죠. 다만 본질적으로 접근한 것 뿐이지 저의 현실을 봤을 땐 그렇게 고뇌하고 외로운 사람은 아니에요. (웃음)
김 | 이번 앨범 역시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조규찬식 터치가 돋보이더군요. 앨범을 준비하기 앞서 소재와 장르 등에 관한 나름의 계획을 세우는 편인가요?
조 | 사람과 마찬가지로 음악에도 기체가 있어요. 음악이라는 커다른 몸에 알앤비, 록, 포크, 스윙 등의 기체가 있는거죠. 알고보면 그 기체들은 같은 DNA, 혈액,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다양해 보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가장 단순하게,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기체들의 모임인 \'음악\'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에요.
김 | 앨범에 수록된 15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와 아쉬운 곡은 무엇인가요?
조 | 혼자 있는 새벽에 갑자기 미친 듯이 써서 그 자리에서 완성한 \'Single Note\'가 제일 애착이 가요. \'Single Note\'는 앞으로 제가 나아가야 할 창작의 자세이며 시발점으로 생각될 정도죠. 반대로 \'Don\'t Wanna Try\'는 노래 부분이 아쉬운 곡이에요. 번안곡이긴 하지만 좀더 나답게 불러도 되지 않았나 싶어요. 노래를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곡이 다르게 해석되기 마련인ㄴ데 너무 원곡에 충실했어요.
김 | 뮤지션들은 앨범 녹음할 때 에피소드가 한 가지씩 생기던데, 규찬 씨는 어때요?
조 | 신축한 지 얼마 안 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어요. 부스 안 방음장치를 하는 과정에서 바닥의 접착제 냄새가 굉장히 지독하고 매웠죠. 6~7시간 동안 한 곡을 녹음하고 나오면 두 눈에 토끼 눈처럼 빨갛게 될 정도였어요. 그런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앨범 작업을 마친 뒤 몸이 많이 안 좋아졌죠. 환경이라는 게 음악에 바로 직결되기도 하더라고요. 실제로 녹음에 차질이 빚어진 적도 있고, 그 날 컨디션이 접착제 냄새를 못 견디겠다 싶으면 바로 녹음을 취소했으니까요. 독한 마음으로 녹음에 임했는데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더군요.
김 | 가사 이야기를 짗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7집 앨범의 가사는 어떤 방향으로 쓰셨는지, 특별히 어떤 주제라도 있었나요?
조 | 저에게 글을 담아내는 시각이 아주 밝음, 모노톤, 아주 어두움 세가지가 있다면 이번 앨범은 모노톤 정도에요. 밝은 측면에 대한 해석이나 시각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부분들, 즉 어둠 안에서 또 다른 희망과 가능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어찌 보면 그것은 제 자신에 대한, 저를 향한 이야기일 수 있고요.
김 |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기사들과 비교할 때 이번 앨범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조 | 6집까지는 가사라는 개념으로 접근했는데 7집에서는 글을 썼어요. 가사가 아닌 정말 \'글\'이요. 그 글을 보며 멜로디, 화음, 연주를 만들었죠.


글은 내 생각의 1차적 전달법이다.
김 | 규찬 씨는 가사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뮤지션으로 유명하잖아요. 어떨 땐 철학자, 시인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죠.
조 | 예전에는 소리를 위해, 소리의 뉘앙스를 구체화하고, 좀 더 명ㅇ백하게 전달하기 위해 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와 그 생각이 바뀌었죠. 제 생각을 1차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댜말로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좀 더 다양한 의미와 뉘앙스로 전달하는 게 소리고요. 점차 그런 방향으로 작업이 될 것 같아요.
김 | 가사 작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은 어떤 건가요?
조 | 가사에 맞게 글 수를 제한하는 과정에서 딜레마를 느껴요. 제 생각을 펼쳐놓는 데 아무래도 제한을 받으니까요. 그런 딜레마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죠.
김 | 간혹 규찬 씨가 쓴 가사를 보면 도통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혹시 본인의 가사가 너무 주관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조 | 실제로 주위 사람들이 \"도대체 이 가사가 무얼 이야기하는 것이냐\"며 물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저도 \'나도 모르겠어\'라고 대답하죠. 그 부분은 스스로 조금 포기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 대로 가사를 고쳐봤자 계속 똑같은 소리가 나오거든요. 그건 사람마다 이해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주관성과 객관성의 문제는 끝없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봐요. 주관이라는 것 자체도 너무 많은 주관 속의 하나의 주관이거든요. 많은ㅇ 주관들을 제가 일일히 규명하고, 찾아내고, 기록할 순 없잖아요.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대로 즐기면 되는 거셰요.
김 | 지금까지 앨범에 수록된 곡 중 규찬 씨에게 가장 특별한 가사는 뭐예요? 저는 5집에 수록된 \'몽(夢)\'의 가사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조 | \'몽\'은 무대에서 노래할 때마다 곱씹게 되는 곡이에요. 가사를 쓰고, 노래할 당시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이야기해주는 것들이 있거든요. 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의미에서 \'몽\'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가사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가사로 이번 앨범에 수록된 \'Single Note\'를 꼽고 싶네요.
김 | 무라카미 하루기(일본 작가)를 좋아하는 걸로 알아요. 실제로 규찬 씨의 가사에서 간혹 하루키의 냄새가 느껴져요. 가사 작업을 할 때 하루키 영향을 많이 받나요?
조 | 하루키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만의 단순한 문장, 그 문장에서 나오는 하루키만의 태도가 신기하리만큼 저와 잘 통하기 때문이에요. 한 마디로 \'공감\'이죠. 그리고 하루키 소설의 매력은 간결하고, 담백하다는 데 있어요. 간결과 담백함이 서서히 쌓여가면서 어느 순간 제 목까지 차올라 있다는 거예요. 전달ㅇ되는 그 무언가가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걸 닥히 꼬집어 낼 수 없다는 게 그만의 매력이죠. 그에게서 본받은 점은 너무 똑똑한 척해도 안되고 너무 저속하게 표현해도 안되며, 여러 가지 여지를 주는 중간 선성에서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허락만 된다면 하루키의 소석 <밤의 원숭이>의 소재들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하루키의 단편집은 상당히 음악적이거든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구체화된 소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음악 같죠. 그 사람듸 글을 모티브로 음악을 만든다면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음악들이 나올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하루키의 예찬론, 극찬론을 펼치자는 의미는 아니에요. (웃음)

junior.2004.3.02.jpg\"제도권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꾼다
김 | 규찬 씨의 새 음반을 접할 때마다 \'조규찬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조규찬은 그대로이다\'라고 생각해요. 제가 조규찬이라는 뮤지션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이에 대해 규찬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 | 맞게 보신 거예요. 나라는 육체와 영혼을 벗어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부분이죠. 물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요. 저는 그걸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오리지널리티에 부합되는 문제로 삼고 싶어요. 그림에서의 여러 가지 색채나 재로, 우리 몸에서의 지체로 이야기되는 것처럼 조규찬이라는 마음과 육체에서 다양한 음악들이 나온 셈이죠. 대신 뿌리는 흔들리지 않아야 해요. 이제는 새로운 시도, 즉 오랜 여행의 기단을 통해 제가 정착해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하겠죠.
김 | 예전에 모 라디오 방송의 DJ가 규찬 씨의 노래를 들려주며 했던 멘트가 생각나요. 규찬 씨의 목소리는 하늘이 내려준 목소리라고 했거든요. 규찬 씨는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혹시 콤플렉스는 없나요?
조 | 마치 기능경기대회 같은 노래 방식이 저는 개인적으로 싫어요. 요즘 노래, 메이저급의 가수들이 노래 부르는 태도를 보면 너무 묘기 대행진 같거든요. 기교나 가창력을 봄내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가수가 아닌)에겐 자신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기에 나름의 감탄일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 감탄이 우리의 가슴 속에 얼마나 깊이 파고드느냐 하는 것에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죠. 접근의 방식과 공감의 형식이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어요. 묘기대행진으로부터 벗어나 아주 단순하게 부르고, 음정이 조금 불안한 상황이라도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절제력, 그리고 전체에 대한 해석을 가져야 하죠. 그런 것들을 위한 재료가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목소리를 하나의 재료로 쓰고 있거든요. 제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나 자랑스러운 점은 특별히 없어요. 다른 악기들을 편곡하듯 목소리도 마찬가지로 곡에 얹어낼 뿐이거든요. 앞으로는 제 목소리에 없는 기능이 필요하다면 다른 악기의 개념으로서의 성대를 가진 사람에게 그 소리를 맡길 거예요. 제 앨범이라고 해서 반드시 저만 노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거든요. 노래를 아예 안하고 프로듀싱만 한다는 듯은 아니고요. 스틍처럼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면서 노래 열심히 하고, 노래를 위해 제 목소리를 가꾸면서 조금씩 연계할 계획이예요.
김 | 규찬 씨 스스로 생각하기에 뮤지션으로 어떤 위치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목표지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조 | 일단 1에서 10까지 있다고 치죠. 소위 말하는 성공... 보통 생각하는 연예인의 개념, 사람들이 수직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본다면 2~3 정도/ 그 다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 정도 되고요.
김 | 정말 1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 하는 게 아닌가요?
조 | 저도 나름대로 제도권 안에 합류해 버텨 온 것이라 정말 솔직한 적이 없거든요. 앨범 활동의 과정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제대로 솔직할 수 있었던 힘이나 용기가 별로 없었어요. 단 1이라도 좋으니 제도권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고 싶어요. 그 다음 제 느낌의 욕조가 차오르면 그걸 다시 퍼내서 세상 혹은 사람들에게 드문드문 던져주고 싶죠. 대상이 될 사람들이 몇 명이 될는지 그건 저도 모르지만요.
김 | 음악을 시작한 지 16년, 결코 잛지 않은 시간을 뮤지션으로 살아오면서 내가 왜 음악을 하는지 자문해 본 적 있으세요?
조 | 무언가를 쏟아내야 해결이 되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저에게 강인한 근육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치를 계산해 내는 명석한 두되도 아니고, 결국 해낼 수 있는 것은 예술쪽 뇌와 가슴이죠.
김 |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음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조 | 좋은 음악이라... 언제나 생각하는 부분이죠. 지금 우리에게는 하나의 혁명이 필요해요. 제가 하는 혁명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혁명이요. 그런 혁명이 없다면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으로 정확하게 평하괴는 세상은 없을 거예요. 시스템이 평가하는 수직적 관계(순위,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매스컴의 평가 등)가 정확하다고 볼 수 없거든요. 너무 대량생산체제의 세상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대표하는 시스템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것들에 의한 굴절들이 있고요. 음악을 소비하고, 섭취하는 주체인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 그 무언가가 정확하게 혁명을 이뤄내지 않으면 음악에 대한 기준조차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게 될 거예요.

junior.2004.3.03.jpg\"조규찬의 두 번째 해빙
김 | 스스로 생각하기에 뮤지션 조규찬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요?
조 | 여백이요. 노래하는 사람에게 여백이 없다면 그 사람의 음악을 듣는 사람은 어떻게 쉴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제가 낚시를 시작했죠. 6집 앨범 <해빙>을 통해 스스로 많이 해빙했는데 또 다시 저를 결빙 쪽으로 모는 상황들이 너무 많아요. 뮤지션에게 재능이나 표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마인드로 노래하느냐, 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저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쉼을 얻지 못하면 어저나 걱정되죠. 물론 음악하는 사람이 사람들에게 힘을 줘야한다는 절대성과 \'내 음악은 이래야만 한다\'는 당위성은 없지만, 여백이라는 것은 꼭 필요하고 그 점이 저에겐 부족하다는 거예요.
김 | 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규찬 씨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나요?
조 | 너무 다양한 편견과 오해가 있어 일일이 언급하기 흠들 것 같아요. 다만 요즘 인터넷은 비판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불건전하고, 책임감 없고, 비난을 위한 비난이 얼마든지 횡행할 수 있는 잘못된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명확한 근거나 최소한의 음악적 소양을 가지고서 음악을 평하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대상에 대한 추상적이고, 근거 없는 정보의 부재로 이루어진 극히 주관적인 비난의 글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인터넷)에 올려놓는 게 문제죠. 저는 그런 비난을 위한 비난들에 아주 치를 덜어요. 그것은 비평이 아닌 인신공격이거든요. 한 장의 음반을 위해 오랜 시간 병을 앓고, 고뇌하고, 마비되었던 얼굴이 더 경직되고... 저 자신을 얼마나 불사르는지 그 사람들은 몰라요. 그런 저를 불쌍하게 여겨 쓰지 말라는 건 아니에요. 단지 비평이라는 이름 하에 건강치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하고싶은 겁니다.
김 | 대학로 소극장에서 지금의 대형 공연장까지 라이브 콘서트를 참 많이 하셨어요. 공연의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조 | 한 마디로 존재감의 확인이죠.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은 음악을 할 때 거든요. 그런데 어지된 일인지 요즘 세상은 자기가 할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어요. 음악하는 사람이 개그를 못하면 안되고, TV에 출연해 운옫회처럼 체력 측정을 하고... 물론 그런 사람들 모두가 음악을 이상하게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솔직히 사람들이 앨범을 사는 기준을 모르겠어요. 그 부분이 딜레마고요. 사실 \'이 사람은 라이브 가수다\'하는 것 자체도 웃기로, 유치한 거예요. 가수는 원래 라이브를 해야하는 것인데 말이죠. 모쪼록 이런 이야기들이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수들에게 당연한 것이길 바래요. 그리고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악하는 자리에 있게끔 대중문화에 대한 대중의 깨어있는 의식이 앞으로 많이 확인되고 형성되면 좋겠고요.
김 | 혹시 규찬 시가 꿈꾸는 특별한 콘서트가 있나요? 그리고 뮤지션으로서의 바람 내지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 | 완벽한 음향시스템과 후회 없는 연주, 노래 외에는 공연에서 바랄 게 없어요. 그리고 관객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만 왔으면 좋겠어요. 콘서트틑 콘서트 일뿐 개그콘서트나 서커스가 아니거든요. 그런 걸 기대하지 말고 음악만 들으러 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의 꿈은... 하루키가 어느 책 말머리에 자기가 전혀 모르는 다른 나라의 사람이 자기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즐겁다는 말을 썼어요. 하루키처럼 제가 모르는 어떤 나라에서 우연히 조규찬의 앨범을 듣고 제 음악에 공감한다면 재미있고, 행복할 것 같아요.
김 | 규찬 씨는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길 바라세요?
조 | 제도권으로부터 벗어나 최대한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그 자유로 인해 얻은 열매, 즉 음악을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싶고요. 몇 명의 인구가 되었든 말이죠. 그렇게 공감하고 공유하며 살고싶어요. 시스템으로 멀어지는 삶,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자기가 행복해야 또 다른 행복을 꿈꿀 수 있으니까요.
김 | 앞으로의 계획을 마지막으로 인터뷰 마칠게요.
조 | 초여름 즈음해서 붕어 40cm, 잉어 60cm 이상 되는 것을 낚아볼 계획이고요. (웃음) 가장 큰 목표는 그것을 반드시 방생한다는 것입니다.

junior.2004.3.04.jpg\"Off The Record | 2시간 여 동안 쉼 없이 돌아가던 녹음기가 꺼진다. 그리고 조규찬과 김 기자의 낚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요즘 조황은 어떻더라, 미끼는 어떤 게 좋더라, 조용한 낚시터는 어느 지역이 많다 등 꼬리의 꼬리를 무는 네버엔딩 낚시 이야기에 옆에 있던 매니저들이 혀를 내두른다. 조규찬은 인터뷰 내 감추고 있던 환한 웃음까지 보이며 낚시 사랑의 자세로 한껏 몰입돼 기여코 한 마디 던진다.
\"혹시 낚시잡지 인터뷰인가요? (웃음)\"
연예잡지면 어떻고 낚시잡지면 어떠하리. 지금 내 앞에는 뮤지션 조규찬이 있는데...
구미호가 인간이 되기 위해 천 년을 기다렸든 4년의 기다림 끝에 조규찬의 인터뷰를 성사시킴 김 기자. 이제부터 그녀의 일상 미끼는 조규찬이 된다. 곧이어 시작되는 \'즐거움\'의 입질...



<규찬닷컴 팬들이 조규찬에게 묻는다>
Q. 만약에 음악, 글, 말, 몸짓 네 가지 표현수단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떤 걸 선택하겠습니까?
A.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포괄적 수단으로서의 \'말\'을 선택할래요.
Q.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A. 생각 안하고 벽보기, 밖시, 독서, 영화감상
Q. 올해 안에 꼭 결혼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상대는 있으신가요?
A. Yes
Q. 7집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100%
Q. 최근에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A. <실미도>
Q. 아직도 유학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언제쯤, 어디로 가실 계획인가요?
A. 무기한 연기되면서 계획이 틀어졌죠. 유학이 절대적이진 않지만 만약에 간다면 영국이나 네덜란드로 가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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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진미님의 댓글

임진미 작성일

  File #1에는 주니어 3월호 기사를 스캔한 파일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다운받아서 압축을 풀면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계영님의 댓글

이계영 작성일

  사진도 분위기있고... 역시나 말씀은 규찬틱하고... ^^; Q. 최근에 가장 재밌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 이건 제가 쪽지로 보냈던 여러가지 질문중에 포함되었던것 같아요... ㅋ 많은 분들이 물어보셨겠지만... ^^; // 결혼상대가 있냐는 물음에 'yes' 가 무지 와닿네요... ㅋㅋ /// 7집에 대해 100% 라는 자신감도 멋지고...

심현주님의 댓글

심현주 작성일

  넘 감사합니다.....
기사를 읽으니 규찬님이 더더욱 멋있네여........
7집..........저두 대만족.........

임유리님의 댓글

임유리 작성일

  어.... 결혼 발표 난 담에 이 기사를 보니깐 참....
그때 벌써... 하여튼 결혼 행복하시길!!
그리구 7집 음반에 대한 만족도 100% 라는 말씀..
음악가로서 최선을 다한 혼이 담긴 앨범이라는 말씀이죠...
저두 동감이에요..

홍남기님의 댓글

홍남기 작성일

  오호호..희선님..인터뷰 질문 잘하신거같아요. 주니어..지금 소중히 제 방에 보관되어있습니다.^^ (사진도 참 잘나온거같아요)

문정희님의 댓글

문정희 작성일

  오우 대만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