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창작물 대접받는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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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06-03-15 16:14]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행사 의미·수상자 소감::) 그곳엔 상업적 언어로 채색된 유희나 감각적인 볼거리로 관객을 자극하는 무희는 없었다. 오직 꿈을 쫓아 지금까지 달려온 뮤지 션의 음악만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
14일 오후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3회 한국 대중음악상 시상식은 대중에겐 방송이 외면한 수준높은 음악을 접할 기회를 마련하고, 음악인들에겐 뮤지션의 창작물이 정당하 게 대접받는 자리를 제공했다.

음악만으로 대중의 감동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힘, 문화일 보와 문화연대가 공동주최한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의 저 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14일 밤은 한국의 젊은 대중 음악인들이 스스로의 음악에 대해 경의를 표시한 ‘대중음악에의 헌정’이 이뤄진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재미, ‘이변’과 ‘의외’ 이번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은 MBC TV 드라마 ‘궁’의 OST 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퓨전 에스닉(민속) 밴드 ‘두번째달’ 에 돌아갔다. ‘두번째달’은 이 상을 비롯해 ‘올해의 신인’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앨범’ 등을 수상, 3관왕에 오르는 기 염을 토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생소한 켈틱 민요 을 차용해 수록곡 대부분을 연주곡으로 구성한 이들은 ‘상업적 자살’과도 같은 용기있는 시도로 대중성과 전문성을 잘 조화시 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우수 모던 록’(앨범) 부문에 3인조 록밴드 ‘몽구스’가 선정된 것도 이변 중 하나. 사회자 남궁연은 “기타가 없는 록 밴드가 ‘록 부문’을 수상하는 일은 국내 음악계에서 드문 일”이라며 탄성을 질렀다. ‘올해의 신인 ’ 부문에서는 ‘두번째달’과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공동수 상이라는 의외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평생 한번 받을 수 있 는 의미있는 상이라는 점에서 한 명의 수상자가 가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선정위원회는 “뛰어난 뮤지션에게 상을 주??것이 이 시상식의 기본적인 취지이기 때문에 고심끝에 두 수상 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수상자들의 뼈있는 ‘말, 말…’ 수상자들의 재치 넘치고 의미있는 수상 소감은 이번 3회 시상식 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최우수 모던록 앨범’ 상을 수상한 ‘몽구스’는 “앨범 작업을 위해 나와 함께 갇힌 골방의 무수한 영웅들에게 우선 감사한다”면서 “특히 낭만의 특별시 서울특 별시민들과 이 영광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최우수 록 싱글’상을 받은 관록의 밴드 ‘블랙홀’은 “살아가면서 술상은 많 이 받아봤지만, 의미있는 상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면서 “그 간 우리 앨범 제작을 하다가 망한 50명의 제작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리더 주상균은 “대만 공연에 가서 이 음악상의 권위를 퍼뜨리고 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올 해의 신인상’을 수상한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어릴 때 꾸 던 꿈을 잃어버린 줄만 알고 살았는데, 이 시상식으로 소중한 꿈 을 되찾은 것 같다”며 객석을 감동시켰다. ‘최우수 팝 싱글’ 의 루시드폴을 대신해 수상한 정동인 토이뮤직 대표는 “사람 냄 새 물씬 풍기는 음악을 계속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우수 팝 앨범’ 등 2개 부문을 수상한 퓨전 일렉트로니카 밴드 ‘W’는 “수천 수만명의 사람이 한번 듣고 잊어버리는 음악을 만드는 대신, 단 한 사람이라도 수천 수만번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 겠습니다” 고 수상소감을 밝혀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리더 배 영준은 “1993년 이후에 음악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 데, 이 순간 그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다양한 장르의 수준높은 ‘축하 공연’ 시상식의 테이프를 끊은 펑키-솔 밴드 ‘윈디시티’의 첫 무대부 터 관객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미리 녹음된 반주기(MR)가 아닌 생생한 라이브로 듣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은 수상의 주인공을 가리는 것 못지 않게 시종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오죽했으면 사회자가 단 한곡씩만 예정돼 있던 공연 약속을 어기며 앙코르를 요청했을까. 덕분에 ‘서울전자음악단’과 조규찬은 예정에도 없 던 노래를 즉석에서 불러 관객의 큰 박수를 얻었다. 1부 마지막 무대에 나선 ‘블랙홀’은 국악과 헤비메탈의 조화를 통한 박진 감 넘치는 연주를 선보였다. ‘올해의 앨범’의 ‘두번째달’이 장식한 마지막 무대가 끝날 즈음엔 객석 여기저기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을 만한 그룹이었다”는 극찬이 끊이질 않았다. 모 두 11개 팀의 축하공연이 진행된 무대엔 팝과 록, R&B와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수준높은 국내 음악들이 올라가며 좋은 음악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의 물결이 펼쳐졌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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