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히트곡 뮤지컬과 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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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6-06-25 19:21]

그룹 아바의 노래를 차용한 ‘맘마미아’, 그룹 퀸의 노래로 만든 ‘위 윌 록 유’.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는 바야흐로 1970년대 팝의 황금기에 기댄 작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개화기를 맞고 있는 토종 뮤지컬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창작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달고나’가 70~80년대 가요들을 차용해서 성공을 거둔 이후, 이젠 그룹이나 히트곡이 많은 가수들의 노래로 번져가고 있다.


‘동물원’과 ‘산울림’, ‘여행스케치’ 등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그룹들의 음악으로 만드는 뮤지컬이 선을 보인다. 또 조규찬과 김광진 등 싱어송라이터들도 재능을 앞세워 속속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창작뮤지컬 제작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음악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곡들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여기에는 대중의 코드를 잘 아는 인기 가수가 우리 관객의 정서에 맞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한다.


오는 12월1~31일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혜화동(가제)’은 인기그룹 동물원의 히트곡으로만 뮤지컬 넘버가 짜인다. 동물원의 히트곡 ‘시청앞 지하철’ ‘혜화동’ ‘널 사랑하겠어’ 등 뮤지컬 넘버 18곡은 서정적이면서 감수성이 돋보여 80~90년대 향수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혜화동’은 30대 후반의 남자 주인공이 대학 때 좋아하던 연인을 만나며 시작된다. 젊은시절 사랑과 꿈이 교차하며 현실에 안주해 있는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 현재 그룹 동물원은 뮤지컬 내용에 맞게 노래의 템포를 조절하는 등 편곡 작업을 하고 있다. 동물원은 오는 10월 새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룹 산울림의 노래도 뮤지컬로 만나게 된다. 2003년 창작뮤지컬 ‘페파민트’를 제작한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공연산업학과)가 준비 중이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 산울림은 워낙 히트곡이 많아 200곡 중에서 30곡을 추리는 데만 꽤 많은 시일이 걸렸다.


제목은 ‘아니벌써(가제)’로 시트콤 뮤지컬. 한 아파트에서 마주보고 사는 다양한 남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테마곡은 ‘회상’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등 산울림의 대표적인 히트곡들이다. 그룹 다섯손가락의 리더인 이두헌이 음악감독을 맡아 산울림의 노래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유리 교수는 “산울림의 노래는 가사가 서정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드라마와 잘 어울린다”며 “동요에서부터 록까지 장르도 다양해 뮤지컬화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히트곡을 끼워넣는 식이 아니라 드라마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시놉시스를 계속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가을 오픈 예정.


히트곡 ‘추억#1’ 등으로 유명한 가수 조규찬은 내년 5월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될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의 음악을 작곡한다. 영화로도 성공한 이 작품은 하근찬의 소설 ‘여제자’를 각색했다.


조규찬은 “일반 가요는 한 곡이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나지만 뮤지컬 곡은 전체 흐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가요에 비해 ‘호흡이 길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무대 공연의 감을 잡기 위해 요즘 주말마다 숙제하듯이 뮤지컬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의 ‘마법의 성’을 소재로 한 뮤지컬도 만들어질 계획이다. 여행스케치의 남준봉과 그룹 나무자전거도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가수들. 뮤지컬 제작·기획사 쇼틱의 김종헌 대표는 “현재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25%가 기존 가수들의 히트곡이나 작곡으로 만들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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