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맛’이 절로… 8집 ‘기타로지’ 낸 만능 뮤지션 조규찬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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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소라가 일찍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노래는 조규찬의 입을 빌려서 낸 것뿐이다. 난 그가 하라는 대로 했다.”

노래 하나만으로도 존재감이 폭발하는 이소라가 이런 찬사를 주저없이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조규찬은 ‘음악을 아는’ 사람이다. 곡이 주어지면 이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노래가 주는 감동 효과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재능. 그는 탁월한 보컬리스트이자 작곡, 작사, 편곡자이며, 프로듀서다. 만능 재주꾼. 이런 뮤지션도 흔치 않은 법이어서 그만큼의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다행히도 그는 지금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물을 보여줬다. 새로이 발표한 8집 ‘기타로지(Guitology)’도 타의 모범이 되는, 책임감 있는 앨범이다. 음악을 향한 치열한 반성과 진지한 고민없이는 나올 수 없는 수작.

“3집 이후 7집까지의 음악은 대단히 세부적인 소리까지 집요하게 파고 들면서 만들었어요. 탐구하는 자세로, 디테일 위주로 가다보니 앨범들에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흐름이 단절되는 느낌을 받았죠. 포화 상태에 이르렀구나 생각했고 그래서 이번 앨범은 편안하게 가고 싶었어요. 한 템포 쉬어 가고 싶었던 거죠.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앨범 제목은 말그대로 ‘기타학’이란 뜻이다. 수록곡마다 각기 다른 기타 소리가 들어 있다. 다른 악기들과는 구별되는 기타의 손맛. 노래의 음색들도 모두 다 다르다. 록음악을 바탕으로 한 11곡은 각기 다른 가수가 불렀다고 해도 믿을 만큼 곡마다 개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어떤 노래에서는 존 레넌이, 어떤 노래에서는 ‘알란파슨스 프로젝트’가, 또 어떤 노래에서는 케니 로긴스가 느껴진다.

“모두가 저에게 영향을 준 뮤지션들이죠. 제 음악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는 바로 이런 경험(선배 뮤지션들로부터의 영향)들과 저의 모습이 절반씩 섞인 겁니다.”

타이틀곡 ‘잠이 늘었어’는 실연의 충격에서 이제 막 벗어나고 있는 상태를 노래한다. 기타와 음성이 봄날의 게으른 고양이를 보는 것처럼 나른하다. 이어지는 ‘에브리타임(Everytime)’이나 ‘아마 너도’는 한국 발라드의 상투적인 전개 방식을 저만치 피해간다. 들을 때마다 신선함이 느껴지는 기묘한 힘.

그 힘은 기타리스트 고태영의 클래식한 기타 선율이 귀에 남는 ‘원숭이 사냥’과 관계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절대 자유를 노래한 ‘샴 멘탈(Mental)’에서도 시종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앨범에서 조규찬 음악의 절정을 꼽으라면 ‘돈트(Don’t)’와 ‘이봐 내 여행의 증인이 되어줘’가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일 것이다. 넓은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6분40초짜리 대곡 ‘돈트’를 들으면 눈이 절로 감긴다. ‘이봐…’는 노래 마디마다 새로운 소리가 들리니 지루할 턱이 없다. 결국 앨범의 어떤 노래든 만만히 볼 게 없다. 이런 앨범이 팔리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세상이라는 강물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건 바로 아티스트죠. 저는 어떤 모양의 돌이라도 서슴지 않고 던지고 싶어요. 이렇게 음반 발표를 하다가 트로트 음악을 할 수도 있는거죠. 사람의 생각은 흐르는 법이거든요.”

조규찬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오는 5월 하순쯤 앨범 발매를 기념한 공연을 갖는다.

이승형기자 lsh@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5/04/06

댓글목록

강현아님의 댓글

강현아 작성일

  헛. 소라언니가 저런말씀을 하셨었군요 와~ ^^ 근데 전 8집도 좋지만 3집~7집 무쟈게무쟈게무쟈게 마구마구 좋아하는데 찬님이 자꾸 나누시넹 슬프게 ㅠ.ㅠ

장수진님의 댓글

장수진 작성일

  우와~

표한미님의 댓글

표한미 작성일

  기사 진짜 잘쓰셨다~ 근데... 제 생각하고도 맞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각기 다른 기타의 특색이 들어간 노래들이며, 저는 갠적으로 don't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콘서트도 가고싶당~

손현주님의 댓글

손현주 작성일

  기쁜 소식...감사해요..
아직 안 샀는데...빨리 사러 가야 겠네요..^^*

hidolly님의 댓글

hidolly 작성일

  좋아해요 ^^